배우 김선호는 연극 무대에서 다져진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드라마계에서 급부상한 스타이다. 그는 ‘스타트업’, ‘갯마을 차차차’ 등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평론가들로부터도 안정된 감정 표현과 서사 연기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본 글에서는 김선호의 데뷔 계기부터 드라마 출연작 연대기, 로맨스 연기의 정점, 그리고 장기적인 배우로서의 목표와 2030년 커리어 전망까지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김선호, 무대에서 시작된 조용한 성장
김선호는 화려하게 주목받으며 등장한 배우가 아니었다. 그의 연기 인생은 소극장 무대에서 시작되었고, 그곳에서 수년간 갈고닦은 내공이 오늘의 김선호를 만들었다.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한 그는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경험을 통해 감정의 진폭을 조절하는 법, 대사 하나에 감정을 실는 법을 체득했다. 연극계에서 그는 차분하고도 몰입력 있는 배우로 천천히 이름을 알려나갔다. 그런 그가 대중에게 처음 얼굴을 비춘 건 2017년 KBS 드라마 ‘김과장’의 조연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방송 연기를 시작한 그는 이후 ‘투깝스’, ‘백일의 낭군님’ 등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김선호의 연기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멋있다’는 외형적 요소에 있지 않다. 오히려 캐릭터의 내면을 정제된 감정으로 표현해내는 데 있어, 그는 무대 연기자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드라마 연기에 적응했다. ‘스타트업’의 한지평 캐릭터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극 중 까칠하지만 따뜻한 면모를 가진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그는 대본 이상의 감정선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이후 ‘갯마을 차차차’의 홍두식 역에서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감정들을 눈빛과 숨결로 전달하며 ‘로맨스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안에서도 그는 감정의 서사를 단단히 쌓아가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드라마 속 김선호, 대중과 평론가의 마음을 얻다
김선호의 드라마 출연작은 단순한 수적 증가보다 ‘질적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눈에 띈다. ‘투깝스’에서는 다소 경쾌한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었고, ‘백일의 낭군님’에서는 사극의 리듬감 속에서도 감정을 조절하는 섬세함을 보여주었다. 그의 존재감은 ‘유령을 잡아라’에 이르러 더욱 단단해졌고, ‘스타트업’에서 마침내 폭발했다. 김선호는 이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남도산(남주혁)과 맞대결 구도를 이루는 ‘한지평’ 역으로, 오히려 주연보다 더 큰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배우로서의 브랜드를 확립했다. 이후 ‘갯마을 차차차’는 그에게 있어 커리어의 정점이었다. 로맨스 드라마의 전형성을 따르면서도, 그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극 중 홍두식은 과거의 아픔을 지닌 채 조용히 살아가는 인물로, 김선호는 이 복합적인 정서를 절제된 표정과 대사 처리로 표현해냈다. 이는 평론가들에게 “생활 연기의 정수”라는 찬사를 얻는 이유가 되었으며, 시청자들에게는 위로로 다가갔다. 특히 로맨스 장르에서 그가 발휘하는 연기는 단순한 ‘사랑하는 남자’의 틀을 넘어선다. 김선호의 연기는 사랑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지게 한다. 손끝의 떨림, 눈빛의 흔들림, 그리고 다가가지 못하는 뒷모습까지, 그의 로맨스는 현실에 존재할 법한 인물의 결을 지닌다. 이런 점에서 김선호는 ‘드라마 속 남자’가 아닌, 시청자 곁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처럼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그의 연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한다. “김선호는 표면적인 감정보다는, 그 아래에 깔린 사연을 연기로 끌어올리는 능력이 있다. 그의 감정 연기는 날카롭지 않고 둥글게 번져 시청자의 감정을 스며들게 한다.” 이는 단순한 인기도를 넘어선, 연기자로서의 진정한 성장을 의미한다.
배우로서의 목표, 그리고 김선호의 2030년
김선호는 한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오래 남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단기적인 인기를 쫓기보다,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연기 인생을 걸어가고자 하는 그의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는 스스로를 ‘늦게 피운 꽃’이라 여길지도 모르지만, 그런 꽃은 대체로 향이 진하다. 김선호의 연기는 겉보기에 화려하진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에 남고 마음속에 오래 자리한다. 그의 장기적인 목표는 단지 주연을 맡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나아가 대중과 예술 사이의 접점을 만드는 배우가 되고자 한다. 그는 이미 연극 무대에서 축적한 감정 연기의 깊이, 드라마에서 쌓아온 캐릭터 표현의 폭,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이해하려는 시선’을 통해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2030년의 김선호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그는 여전히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 신중할 것이며, 대중보다는 인물의 서사에 귀 기울이는 배우로 남아 있을 것이다. 스릴러,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 혹은 무대 복귀까지. 그가 선택한 길이라면 어떤 장르든 그만의 색으로 채색될 것이다. 또한 그는 감성적이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연기를 통해 새로운 세대의 배우상(俳優像)을 제시할 수 있다. 단순히 청춘의 상징이 아닌, 인간 존재의 다층성을 보여주는 연기자로서 김선호는 계속해서 진화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결국 김선호는 ‘어떤 역할을 맡았는가’보다, ‘어떤 방식으로 그 인물을 살아냈는가’로 평가받는 배우가 될 것이다.